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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시신과 한 집서 산 딸들…관리비 밀리고 집은 경매에
중앙일보
[중앙일보]
[중앙포토] 지난 22일 오전 10시 50분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 압류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A씨(60대)의 집을 찾은 경매집행관이 초인종을 눌렀다. 열린 문 사이로 악취가 진동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과 안방에서 A씨와 A씨의 아내(50대)가 이불에 덮인 채 숨져 있었다. 놀란 경매집행관은 즉시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20~30대인 A씨의 두 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멍하니 바라만 봤다.
부모 시신과 함께 생활한 두 딸 A씨 부부의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곳곳엔 쓰레기 등이 가득했다. 생활한 흔적도 발견됐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A씨 부부의 두 딸이 그동안 부모의 시신과 함께 생활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들을 상대로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곧 난관에 부닥쳤다. A씨 부부의 두 딸이 입을 열지 않았다. 경찰이 거듭 부모의 사망 경위 등을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고 멍하게 있거나 동문서답했다. 딸 중 한 명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게 믿기지 않아 신고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셨다 는 취지의 답변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부부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앓아 왔다. 이들의 집 곳곳에선 관련 약봉지 등이 발견됐다. A씨의 아내는 병으로 주로 안방에서 누워서 생활했다고 한다.
생활고 겪은 듯…관리비도 여러 달 밀려 경찰은 부부가 숨진 시기와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의는 1차 소견에서 외력에 의한 손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범죄로 인한 사망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가 숨진 지 3개월 이상 지났다는 내용 등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 이라며 부부가 지병이 악화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망 시기나 사인은 국과수의 최종 판단이 나와야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고 말을 아꼈다.
A씨는 지난해 여름까지 직장 생활을 하다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아내는 가정주부로 지냈고, 두 딸도 직업을 가진 기록은 없었다. 그동안 생활고를 겪었는지 관리비도 여러 달 밀린 상태였다고 한다. 빚을 갚지 못해 A씨의 아파트는 지난 1월 경매에 넘어갔다.
A씨의 딸들이 부모가 숨진 뒤에도 집 안에 있던 즉석밥 등을 먹으며 생활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씨 부부의 두 딸을 사회복지사에게 인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딸들이 장애 판정을 받은 기록은 없지만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고 집이 경매로 넘어간 사실도 알지 못했다 며 국과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주변 폐쇄회로 TV(CCTV)와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들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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