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이별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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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이별한 개가 생각날 때 한잔…애견가가 만든 위스키


중앙일보
[중앙일보]
“지금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게 문 좀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부리나케 샤워하고 어제 입던 옷을 그대로 걸치고 가게로 향한다.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가게 앞에 도착하자 이미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 화장기 없는 민낯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녀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는 게 보인다. 울고 있다.
 
인사말을 건네기보다 부리나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조명을 켠다. 그리고 유리컵에 물을 담아 그녀에게 건넨 후, 그녀가 부끄럽지 않게 조용히 자리를 피해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그녀가 입을 열었다.
 
 
 
위스키와 강아지 꼬롱이. [사진 배성훈]  
그녀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함께 하던 개가 있다. 올해로 열세 살 된 개는 그녀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부모에게서 독립할 때부터 함께였다. 첫 사회생활의 고달픔에도 집에 돌아가면 꼬리를 흔드는 개를 보면 마음이 한결 풀렸다.
 
그녀가 처음부터 그 개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그녀의 집에 입양된 강아지는 대소변도 못 가리는 말썽거리였다.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녀의 방에 강아지 대소변이 있었고, 한창 예민한 시기라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몇 개월 뒤, 강아지는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했고 그녀가 한사코 거부하는데도 그녀의 품에 안겨 놀기를 즐겼다. 어느 날 아침,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얼굴에 강아지 털이 느껴졌다. 그녀가 잠든 사이, 옆에서 잠든 강아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강아지를 보자 비로소 그녀도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행도 잘 다니지 못했어요. 방학 때 친구들이랑 유럽 배낭여행을 갔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너무 생각이 나서 먼저 귀국해버렸어요. 친구들이 원망 많이 했는데 그때는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 후로 여행은 될 수 있으면 3일 이내로만 다녔어요.”
 
강아지 꼬롱이와 스컬리웩 위스키. [사진 배성훈]  
그렇게 사랑하던 개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13년. 개의 인생에서 그 시간은 인간의 노년기와 같았다. 그녀가 특히 슬펐던 건, 개에게도 ‘노화’라는 것이 찾아온 점이었다.
 
“그렇게 대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다시 제 방에 오줌을 싸기 시작했어요. 가끔은 피를 토하기도 하고, 걷는 것도 제 마음대로 안 되는지 자꾸만 주저앉고요. 그렇게 말썽 피우고 재롱부리던 녀석이 이렇게 변할지는 꿈도 못 꿨어요. 가족이 나이 들고 죽는 건 생각했지만, 우리 아이가 늙어서 죽는다는 건 상상도 못 해봤어요. 그냥 그렇게 제 곁에서 예쁜 모습으로 남아있을 줄 알았어요.”
 
어젯밤 그녀의 품 안에서 세상을 떠난 개를 오늘 땅에 묻었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누구보다 가까이서 그녀와 함께해온 존재의 부재. 그것이 앞으로 그녀가 짊어져야 할 운명이다.
 
“늘 오늘이 마지막일 거라 생각하면서 지냈는데, 진짜 마지막 날이 오니까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다행히 어머니가 집에 오셔서 같이 땅에 묻었는데, 도저히 집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늘 저를 반겨주던 그 아이가 없을 거라는 게 너무나 무서워요.”
 
 
 
 
 
“이 위스키를 만든 회사의 사장이 키우는 강아지로 알고 있습니다. 워낙 말괄량이라 이 위스키에 강아지 그림을 넣으면서 말괄량이를 뜻하는 영어 스컬리웩(Scallywag)을 사용했죠.”
 
 
강아지를 사랑하는 배성훈 씨의 스컬리웩 컬렉션. [사진 배성훈]  
“언제나 강아지는 말괄량이죠. 어쩌면 이 위스키를 만든 사람도 그런 말괄량이다운 강아지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보틀을 드릴 테니 집에 가져가 세상을 떠난 개가 생각날 때마다 한 잔씩 하세요. 현관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에 두면 더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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