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 책거리
새벽잠 설치다 어스름 녘 창문을 열었습니다. 훅 끼쳐오는 습한 공기 냄새와 매미 울음이 뭉친 공감각이, 여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음을 새삼 알리고 있었습니다.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힌, 아직 노래 아닌 무엇이 떠올랐습니다.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는 “타전 소리”가 이명처럼 울려오는 듯했습니다. 나희덕 시인이 노래한 ‘귀뚜라미’는 어딘가에서 가을을 기다리고 있겠죠.
시끌벅적한 매미 소리인 양, 알아봐 달라는 외침들이, 자화자찬의 인정 투쟁들이 이물스럽게 여겨집니다. 인간이 일궈온 숭고함이란 어디로 사라져 가는 것일까, 때로 비관하게 됩니다. 그러나 김덕영 선생의 진중한 작업은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생각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매미 소리 가득한 곳에서 묵묵히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김혜원 교수팀, 세계 최초 ‘가려움증 유발 물질(TRPV3)’ 기전 밝혀내
-국제피부과학회지‘ActaDermato-Venereologica’2021년 6월호에 게재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김혜원 교수 가려움증이란 피부를 긁고 싶어하는 불쾌한 감정을 말한다. 가려움증은 만성적인 피부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이며 일상생활 속에서 통증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곤 한다. 더 나아가 가려움증이 지속되어 피부를 계속 긁게 되면 피부 손상으로 세균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가려움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19년 기준 44만명에 달했다.
우리가 가려움을 느끼는 것은 흔히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인데, 히스타민에 의한 가려움증은 벌레물림이나 알레르기 반응 때 주로 나타난
사이언티픽 게이머즈: 게임으로 읽는 과학
김명호 글·그림/이데아·2만5000원
‘게임’ 두 글자에 집어들기 쉬운데, 정작 펼쳐보면 아는 게임이 별로 없었다. 이런 문외한들을 위해 가위바위보, 물수제비, 동전 던지기 등 아날로그 게임까지 다뤘겠지만, 사실 는 게임 서적이 아니다. ‘게임으로 읽는 과학’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과학책이다. 게임이라는 좀 더 친근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해 게임 ‘안팎’을 이루는 과학 지식을 설명한다. 아는 게임이 없어도 별 상관 없다. 사실 이 책에 담긴 ‘과학’을 좁은 틀에 가둘 필요도 없다. 게이머들이 흔히 겪는 멀미 현상을 풀어내는 데 의학이 동원되고 스파이더맨 게임을 통해 거미줄의 과학을 설명하는데, 온라인 게임을 활용한 성불평등 연구라는 사회학적 고찰까지 담아낸다.
더 눈길을 끈
영국 거주 탈북여성 회고, 남한 출신 여성이 저술
한국말로 확인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고통
가려진 세계를 넘어: 우리는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박지현 이야기, 채세린 글, 장상미 옮김/슬로비·1만6000원
를 보고, 이 떠올랐다. 6·25 참전용사로 한반도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존스홉킨스대 한미관계연구소장을 지낸 돈 오버도퍼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대북 협상 수석 고문으로 일하고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에서 연구한 로버트 칼린이 함께 지은 이 책의 원제는 〈The Two Koreas〉(1997)이다. 한반도 현대사를 다룬 이 책은 남북 어느 한쪽을 악마화하지 않고 균형잡힌 시각을 견지한 역작으로 꼽힌다. 이 책이 떠오른 까닭은 의 원제가 〈Deux Coréennes〉(두 한국 여자)여서다.
2019년 4월 영국 런던 옥스브리지 클럽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장면. 슬
[책&생각] 책거리
픽사베이
진퇴양난입니다. 안에만 있자니 이래저래 집중력 떨어지고, 밖으로 나가자니 쏟아지는 땀은 스윽 닦아낸다 쳐도 코로나19가 무적의 괴물처럼 버텨 섰습니다. ‘4단계 조처’로 집에 박혀 책장 들추는 와중에, 에어컨 바람 살랑대고 커피 내음 향긋할 고즈넉한 카페 생각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려운 책 여러 권이라도 술술 독파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고 폭염 기승인 여름이 아니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립무원의 상황은 늘 있습니다. 짜장이냐 짬뽕이냐가 죽느냐 사느냐는 아니어도, 그것이 문제라는 한량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진정 생존의 딜레마에 고통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살아가는 이들 앞에서 ‘재택양난’은 살 오르고 배부르는 소리입니다. 더위로 죽고, 코로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