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공동취재사진 언론도 지난 14년간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입법 시도가 번번이 무산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 보수 기독교계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허위·왜곡된 주장을 퍼트렸지만 대다수 언론은 이를 검증하기는커녕 방관하거나 오히려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 기간(5월 24일~6월 14일)을 전후한 최근 한 달 간 주요 언론의 차별금지법(평등법)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일부 보수 기독교계 언론이 차별금지법 비판과 허위·왜곡 정보 확산을 주도했고, 보수 언론과 방송 등 주류 언론은 이를 방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선 보수 언론의 이같은 방관적 보도 태도 역시 노골적이진 않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방해하려는 일종의 우회 전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독교계 언론이 '차별금지법 반대' 주도 는 지난 5월 22일부터 6월 22일까지 뉴스 스크랩 서비스 '스크랩마스터'에 등록된 6개 일간지(조선, 동아, 중앙, 한겨레, 경향, 한국)와 2개 경제지(매일경제, 한국경제), 지상파방송 3사(KBS MBC SBS)·종합편성채널 4개·보도전문채널 2개 등 17개 매체와 기독교계 신문·방송 15개 매체(국민일보, 기독일보, 기독신문, 크리스천투데이, CTS 등) 등 32개 매체 보도를 분석했다. 전체 586건 가운데 기독교계 매체 보도량은 259건(44.2%)으로 절반에 못 미쳤지만, (59건)와 (44건) 두 매체가 상위 1, 2위를 차지했다. 대부분 성적 지향을 문제 삼는 보도였다.
▲ 차별금지법(평등법) 관련 언론 보도량 비교. 2021년 5월 22일부터 6월 22일까지 뉴스 스크랩 서비스 ‘스크랩마스터’에 등록된 6개 일간지(조선, 동아, 중앙, 한겨레, 경향, 한국)와 2개 경제지(매일경제, 한국경제), 지상파방송 3사(KBS MBC SBS)·종합편성채널 4개·보도전문채널 2개 등 17개 매체와 기독교계 신문-방송 15개 매체(국민일보, 기독일보, 기독신문, 크리스천투데이, CTS 등) 등 32개 매체 보도량 비교. ⓒ 김시연 기독교 매체들은 '평등법 제정 반대' 청원 10만 명 달성 등 각종 기독교계의 반대 여론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설이나 칼럼 등을 통해 민주당의 평등법 발의를 비판하고 성소수자를 윤리적으로 비난했다. 는 6월 4일 '[사설] '젠더 이데올로기' 양의 탈을 쓴 늑대'에서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이 제정되면 다음 수순은 동성애 동성혼의 합법화로 간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근간인 윤리와 가치관이 무너지고, 사회의 기초인 가정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6월 12일에도 "차별금지법, 동성애 정상화 강제하는 법" 제목의 기사에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목회자의 유튜브 강연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중계했다. 또한 기독교 매체들은 외부 기고자 칼럼을 적극 이용했다. 는 6월 21일 '[이명진 칼럼] 젠더권력의 꿀을 빨며 독(毒)을 주입하려는 자들'을, 는 5월 25일 '[칼럼] 동성애자의 낙원을 만들려고 하는 차별금지법'('동성애는 유전이 아니다' 시리즈)과 '자연법칙을 거부하고 욕망만 채우려는 인간, 경계선을 넘고 있다'('차별금지법·평등법 실체를 말한다')와 같은 연속 칼럼을 내보냈다. 경향·JTBC는 반대 주장 팩트체크... 한경은 '기업 옥죄기' 논리 (43건), (33건) 등 진보 언론 보도량도 보수 언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는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사설이나 칼럼, 교회 발 왜곡 정보를 팩트체크한 기사도 있었다. 는 6월 15일 사설 ''10만 입법 청원' 차별금지법, 국회는 응답해야'에 이어 17일에도 '이준석 "차별금지 입법 시기상조", 실망스럽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또 6월 15일에는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달라졌을 세 가지 사건' 기획 보도로 변희수 전 하사 강제전역 사건,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사건, 스쿨미투 사건 등을 다뤘다. 은 '[시선] 두려움 없이 차별금지법을!'(오수경), '[박래군의 인권과 삶] 봉하마을에서 차별 없는 세상을 생각하다',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모두의 존엄을 위한 차별금지법' 등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외부 기고 칼럼을 꾸준히 실었다. 6월 15일엔 '입법청원 10만명 넘어선 차별금지법, 더 늦출 이유 없다'는 제목으로 사설도 올렸다. 6월 21일엔 '차별금지법 제정되면 '목사 동성애 반대 설교' 형사처벌?'이라는 팩트체크성 기사도 내보냈다. JTBC도 6월 8일 '[팩트체크] 없던 성소수자 더 생긴다?…'차별금지법' 가짜뉴스'와 6월 22일 '[팩트체크] 차별금지법, 국민 77%가 반대?…조사방식 보니' 등 2차례에 걸쳐 차별금지법 반대쪽 주장을 검증했다. 반면 보수 언론이나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 등 주류 언론은 평등법에 대해 직접적인 의견을 내기보다는 법안 발의 관련 여야 입장이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유력 정치인 발언 등 정치권 움직임, 찬성과 반대 단체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다만 (39건)는 대기업 이해가 걸린 고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차별금지법을 적극 비판하기도 했다. 은 6월 22일자 신문 1면에 '차별금지법, 또 다른 '기업 옥죄기' 되나'를 비롯해 '대졸·박사 연봉 차이두면 불법?…기업 현장 '대혼란' 온다', '가해자로 지목되면…차별 안했다고 입증 못할 땐 손해배상 책임' 등 주로 기업 관점에서 평등법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6월 23일엔 '너무 나간 차별금지법, 차별과 차이도 구분 못하나'라는 제목의 사설도 내보냈다.
ⓒ 한국경제신문 보수 언론, 노골적 차별 보도 대신 '반대단체 광고'로 우회 일부 보수 기독교계 언론의 '사실 왜곡', 진보 언론의 적극적인 '팩트체크', 보수 언론의 '수수방관'이라는 엇갈린 보도 양상은 연구 논문이나 시민단체 모니터 결과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김종우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지난 3월 비판사회학회 학술지 에 실린 논문 '한국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담론 지형과 이중화된 인권'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에 나타난 언론의 정파성을 분석했다. 지난 2000년 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20년간 11개 주요 일간지에 실린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 5372건을 주제별로 분석했더니, 등 진보 성향 언론은 차별금지법 관련 가짜뉴스나 혐오표현 문제를 다루는 보도가 많았던 반면, 기독교계 매체인 와 보수 성향 언론은 개신교 우파의 제정 반대 주장과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담은 보도가 많았다. 김종우 연구원은 23일 서면 인터뷰에서 "개신교 우파는 성적 지향에 대한 개방적 태도가 종교적 가치의 근본을 훼손하는 가치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그 결과 차별금지법과 같은 정책을 정치적 타협과 공론의 문제가 아닌 절대적 가치와 신념의 문제로 접근하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개신교 우파 계열 언론사를 제외하면 차별금지법에 대해 '직접적', '명시적'인 적대 담론을 형성하거나 노골적인 방식으로 차별적 보도를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도 "오히려 대다수 보수 언론에서는 '우회하기'나 '외연 확장하기' 같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담론을 형성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회하기'란 차별금지법 관련 이슈를 뉴스 기사로 다루는 대신 신문지면 광고나 외부 기고자 지면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고, '외연 확장하기'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쟁점이 정치적 보수주의와 친화적인 이슈임을 제기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