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돌아왔더니... 참담했던 엄마의 마지막 모습 ▲ 포스터 ⓒ 와이드 릴리즈(주)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신이 일주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고 마지막으로 인간을 만드는 내용이 등장한다. 는 그 반대의 과정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악마가 일주일 동안 한 가족을 몰락으로 이끄는 내용을 다룬 이 작품은 심리와 시각을 모두 사로잡는 공포를 선보인다. 그 핵심은 불안에서 시작되는 위화감이다. 영화는 이를 통해 현실을 무너뜨리는 오컬트 공포를 보여준다. 루이스와 마이클 남매는 오랫동안 서로 왕래가 없는 사이였다. 그들은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보기 위해 부모님이 사는 농장을 찾아온다. 아버지는 호흡기에 의존해 의식이 없고, 어머니는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분명 남매에게 익숙한 공간일 이 목장은 위화감을 자아낸다. 양떼들의 울음소리와 바람소리, 풍차소리 등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표면적으로 가족은 그들에게 접근한 악령에 의해 무너진다. 허나 악령은 아무에게나 접근하지 않는다. 내면에 불안과 공포를 품은 이들의 씨앗에 물을 주어 그 싹을 피워낸다. 루이스 가족에게 이 불안의 근원은 병석에 누운 아버지이다. 이들은 언제 아버지가 죽을지, 언제까지 아버지를 보살펴야 하는지에 대해 내적인 고민을 겪는다. 아버지가 병상에 누운 순간부터 제목 그대로 어둠이 가족들을 감싸고 그 사이로 사악한 기운이 스며든 것이다.
▲ 스틸컷 ⓒ 와이드 릴리즈(주) 악령이 마치 스모그처럼 퍼진 이 현상을 영화는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도입부 무언가에 씌인 것처럼 자신의 손가락을 식칼로 자른 어머니가 양떼 우리 안에서 자살한 장면, 루이스가 샤워 중 아버지의 망령을 보는 장면 등은 파괴된 일상을 보여준다. 집이란 일상적인 공간에 유령이 나타나는 하우스 호러의 형식과 궤를 달리하며 공간에 이질감을 부여하는 색다른 형식이다. 이는 미니멀리즘을 호러 장르에 차용한 것이기도 하다. 특정한 공간이나 상황이 아닌 일상 전체에 공포가 스며들면서 관객에게 압박감을 주는 것이다. 이때 집은 공포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일상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매가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집에 돌아와 느끼는 이질감은 공포의 원천이 되며, 끊을 수 없는 핏줄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저주를 설정한다. 작품의 이질감은 양면성에서도 비롯된다. 깊은 한숨 후에 찬송가를 부르는 작품의 장면은 신의 구원과 은총을 바라기에 악마의 위협과 고통에 시달리는 인간의 모습을 조명한다. 이런 양면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신부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악령이다. 이 악령은 인간이 말하는 믿음 속에는 의심도 함께 담겨 있다고 말한다.
▲ 스틸컷 ⓒ 와이드 릴리즈(주) 는 관객의 심리와 시각적 효과를 모두를 사로잡으며 공포를 표현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전 오컬트 영화들의 단점을 그대로 품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상이 이질적으로 변하는 것에 바탕을 둔 공포를 내세우기에 이 영화는 개연성이 약하게 느껴진다. 원인과 결과에 초점을 둔 극적인 구성보다는 현상만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통해 공포를 자아낸다. 그럼에도 이 선보였던 내면의 불안에 스며드는 악령과 의 한정된 공간에서 표현을 통해 자아내는 섬뜩함을 기억한다면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