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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양육비 미지급자 '출국금지' 가능…"5000만원 한도, 무용지물"


중앙일보
[중앙일보]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게시물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달부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출국금지·운전면허 정지·명단공개 등 제재를 가하는 '양육비 이행법'이 시행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슈추적]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오는 13일부터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양육비를 고의로 주지 않는 채무자에 대해 양육비이행심의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제재를 가하는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그동안 여러 제도적 허점이 제기되면서 이런 행정적 제재가 추가됐지만,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예외 사유가 인정되는 등 채무자가 빠져나갈 구멍은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5000만원 한도는 무용지물  출국금지 조치는 미지급 양육비가 5000만원 이상일 경우 적용된다. 이 때문에 하한선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배드파더스에 따르면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이인 ‘코피노’에는 보통 양육비가 월 30만원으로 책정되고, 국내에서도 월 20만원 수준으로 금액이 낮은 사례가 많다. 이 경우 짧게는 13년, 길게는 20년 이상 미지급해야 출국금지가 가능한 셈이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는 “예를 들어 양육비가 월 20만원으로 책정된 경우, 미지급금 5000만원을 채우려면 20년이 걸린다”며 “실제 양육비를 태어난 이후 18년간 받는다고 치면 5000만원이라는 기준은 무용지물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채무자가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출국금지ㆍ운전면허 정지 조치 적용 기준인 500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까지 양육비 채무를 쌓은 뒤 지급하는 등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 대표는 “최소 500만원 한도로 기준 금액을 낮춰야 개정된 법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명단 공개도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공개 항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름과 나이, 주소, 직업이 공개되긴 하지만 동명이인이 많고, 인물을 특정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배드파더스 측의 설명이다. 경기도 시흥에서 홀로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A씨(35)는 “애초에 신상공개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해 양육비 지급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함인데, 사진도 없고 쉽게 특정이 불가능하다면 기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예외가 인정되는 사례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채무자에게 운전면허가 생계유지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 위원회는 심사를 통해 면허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해 7월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현관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 관계자들이 '양육비 감치 집행 못하는 경찰'의 관리ㆍ감독 책임자인 경찰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육자, 긴 절차로 지칠 수밖에” 출국금지와 같은 행정 조치는 감치명령이 내려진 후 적용되기 때문에 절차가 길어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박복순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법 절차를 거친 후에 행정 제재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당장 양육비를 받아 아이를 길러야 하는 양육자가 지칠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나라처럼 사법 영역과 행정 조치가 분리돼 별도로 제재를 가하는 등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만큼 정부가 양육비를 선지급한 뒤 비용을 청구하는 제도인 ‘양육비 대지급’ 도입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대지급제 도입을 내세웠으나 아직 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일환으로 여성가족부가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가족에게 1인당 월 20만원을 지급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개인이 아닌 공공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복순 연구위원은 “아동은 전적으로 부모에 의존하고,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없이는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부모든 한부모 가정이든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차이 없이 대우받아야 한다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현재처럼 기존 제도에 다른 단계가 계속 덧붙여지기만 하고 양육자들이 필요한 순간에 쉽고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본창 대표도 “아이들에겐 양육비가 지급돼야 하는 적정한 타이밍이 있다. 이 순간에도 아이는 자라고, 양육비용은 한 달만 밀려도 아동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양육비가 적시에 지급되도록 실효성 있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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