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원정이라도 갈까요"…재건축 조합 '비대면 총회' 안 돼 고심
방역지침 위반은 아니지만 감염 우려↑…"미뤄지면 사업비 부담"
재건축·재개발 비대면 총회엔 도정법 개정 필요…법안은 계류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2021-07-14 06:30 송고
지난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관리처분 총회를 진행한 서울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자료사진) 2020.4.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수도권은 4단계 거리두기라 여러 사람 모이기가 어렵잖아요. 조합창립총회 날짜를 마냥 미룰 수는 없고, 속 편히 지방으로 가서 하면 어떻겠냐는 얘기까지 나와요. 코로나19도 심한데, 왜 재건축만 꼭 얼굴 보고 총회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서울시 소재 A 재건축 조합 관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조합에도 비대면 총회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리모델링 사업장엔 전자 투표가 도입됐는데, 재건축·재개발 조합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총회 개최에 난항을 겪는 조합이 상당하다.
◇"방역수칙 위반은 아니래도 감염·시선 우려"…총회 연기에 사업비 부담도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옛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은 20일 오후 2시 조합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총회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시 지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총회 금지가 아니라 권고 정도면 그대로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4단계 적용 전 총회를 개최한 둔촌도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어 조합원들의 염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헬리오시티 조합원은 약 6700명가량으로, 총회 의결을 위해서는 10% 이상 직접 출석이 필요하다.
4단계 격상 전인 지난 10일 임시총회를 개최했던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도 고심이 깊다. 조합은 이르면 8월 말 대의원회 및 정비기반시설업체 재선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총회가 연기되면 의사 결정이 늦어져 사업비 부담이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현행법상 정비사업 총회는 조합원 직접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상 총회의 의결은 전체 조합원 중 10%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창립총회,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의결하는 총회에선 조합원 20%,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기 위해선 조합원 50% 이상의 출석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사적 모임이 아닌 정기총회 등 법적인 활동인 경우에는 인원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 또한 일관된 방역 원칙을 위해 제한 권고는 따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비대면 총회 도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다. 총회에는 많게는 수백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서울시 강남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방역수칙 위반이 아니라도 감염에 주변 시선에 걱정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조합들은 사업비 집행을 위해서는 매년 정기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총회 개최가 어려우면 조합원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강동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도 "리모델링은 되는데 우린 왜 안되느냔 소유주들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비대면 총회 도입하려면 도정법 개정 필요…관련 법안은 국회 계류
주택법이 개정돼 지역주택조합과 리모델링조합, 직장주택조합은 비대면 총회가 가능하지만,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도정법 개정이 필요하다.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갑)은 지난달 5월 재건축·재개발 조합 비대면 총회 근거를 마련하는 도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재난으로 인해 직접 출석을 통한 총회의결이 어려운 경우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 장관이 정비사업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필요할 경우 정비사업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조합 총회의 투표, 투표 결과 집계, 공개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1일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된 뒤 아직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과 장경태 의원도 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 전자 투표로 총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처리가 되지 못했다.
태영호 의원실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총회가 도입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더욱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고, 사업 활성화를 통해 주택공급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여야 의원들이 관심을 가져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핫뉴스
Related Keyw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