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우리 현대사

[새책] 우리 현대사에 아로 새겨진 젊은 죽음들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


[새책] 우리 현대사에 아로 새겨진 젊은 죽음들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
책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내일을여는책
1988년 7월 한 어린 소년의 죽음이 사회를 뒤흔들었다. 압력계기와 온도계를 제조하는 협성계공에서 일하던 십대의 어린 노동자 문송면이 ‘수은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당시 문송면의 죽음은 내게 수은 중독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병명도 충격이었지만, 문송면의 나이가 나와 비슷했다는 사실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입시에 치어 살아가던 그 시절, 내 또래가 공장에서 일하다 수은 중독으로 죽었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문송면의 죽음은 우리 현대사가 가진 모순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 청년들의 죽음을 숱하게 마주했다. 우리는 일제 식민, 광복, 분단, 전란, 독재, 혁명, 산업화, 민주화 등 그 폭풍 같은 시절을 함께 통과해 왔다. 굴곡 많은 현대사를 거치는 동안 삶의 양상은 세대별로, 개인별로 다양했다. 누군가 불의한 세력과 타협할 때 어떤 청년은 분노했고, 누군가 뒤틀린 사회구조에서 이익을 취할 때 어떤 청년은 몸을 던져 항거했다. 누군가 그 구조를 방관하는 동안 어떤 청년은 힘없이 꺾이고 죽임을 당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 희망을 찾지 못해 자살을 택하는 청년들이 있고,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죽어간 청년이 있고, 항구에서 일하던 청춘은 철판에 깔려 죽었다.
출판사 ‘내일을여는책(대표:김완중)’이 신간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을 펴냈다.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은 청년의 죽음을 통해 1940년대부터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80년의 한국 역사를 들여다본다.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활동하는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의 젊은 바람저널리스트 14인과 안치용 이사장의 합작인 이 책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오마이뉴스’에 ‘청죽통한사(청년의 죽음으로 통찰하는 대한민국 현대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에 ‘청년의 죽음, 역사의 눈물’이란 제목으로 연재된 시리즈가 바탕이 되었다.
2018년 7월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앞에서 열린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와 반올림 농성 1천일 맞이 삼성 포위의 날' 집회에 화학 물질로 인해 15세 나이로 사망한 고 문송면 군과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영정이 놓여져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생명안전권 헌법 명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화학 물질 알 권리 완전 보장, 청소년 및 소수 노동자 건강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김슬찬 인턴기자
이 책은 청년들의 원통한 죽음에 대한, 애끓는 조사다. 그 어느 때보다 ‘청년’의 꿈과 고민, 가치관에 주목하게 되는 이때, 오늘을 사는 청년의 눈으로 역사 속 청년의 삶음을 짚어보는 유의미한 기획이기도 하다. 이 책은 격변의 한국 현대사에서 변곡점이 되었던 청년의 죽음을 스물아홉 가지의 주제(인물 또는 사건)로 나누어 기록하고 있다.
간도에서 태어나 민족의 별이 된 시인 윤동주, 허두용·김용철·고원룡·강조순 등 4·3에서 진 젊은 꽃들, 친일파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반민특위 조사원 김철호,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죽어간 청춘들. 1960년 마산 앞바다에 시신으로 떠오른 열일곱 살 청년 김주열, 국가에 의해 독일로 떠나야 했던 청년광부들과 그들의 죽음, 폭력적인 편 가르기에 희생된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청년 전태일, 국가에 의해 이용당했던 실미도 부대원들. 박정희 시대 도시 빈민의 삶을 상징하는 박흥숙의 저항과 죽음, 국가에 의한 사법살인 여정남과 ‘인민혁명당’, 열여덟의 버스안내양을 죽음으로 내몬 그들의 폭력, YH무역 여공 김경숙의 죽음, 광주항쟁에서 죽어간 청춘 윤상원, 1980년대 ‘구로공단의 전태일’ 박영진의 죽음, 대학생 이한열이 바꾼 대한민국, 앞서 소개했던 수은중독으로 죽어간 소년 노동자 문송면. 1991년 봄 그날의 거리에서 죽어간 김귀정, 26세 기지촌 여성 윤금이의 죽음,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로 세상을 떠난 청춘들, 대한민국을 촛불로 물들인 미군 장갑차 희생자 신효순·심미선,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죽어간 황유미,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 황승원과 구의역 김 군 등 저임금 아르바이트생과 비정규직 파견노동자의 죽음, 신승희·박지영·최덕하·최혜정 등 세월호 참사로 떠난 청춘들, 강남역 살인사건에 항의하는 여성들.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다 죽은 타이 청년 자이분 프레용, 국가가 죽인 군인 변희수까지. 학살, 처형, 암살, 자살, 병사, 전사, 사고사…. 그들의 죽음은 사회를 요동치게 하고 나라 전체를 뒤흔들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군의 5주기인 5월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내선 순환 9-4 승강장에 김군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붙어 있다. 2021.05.28ⓒ김철수 기자
저자들이 그런 사건들을 풀어내는 필치는 시종일관 담담하기만 하다. 일견 건조해 보이기까지 하는, 극도의 차분함을 유지하지만 기실, 감정을 꾹꾹 누른 채 슬퍼하고 분노하고 오열하며 썼다는 후문이다.
불귀의 객이 된 이름들. 자의든 타의든 이들의 죽음이 밑거름되어 우리 사회가 조금씩 전진해 왔다는 데 누군들 이견을 달 수 있을까. 누구나 청년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빚진 마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거명되지 않은 무명의 죽음은 또 얼마나 많은가. 지금도 청년들이 죽어간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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