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인중개사 시험문제 오류…불합격 취소해야”
서울행정법원. 법원 누리집 갈무리
‘정답 없는 문제’ 때문에 떨어진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들에 대해 법원이 “불합격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제30회 공인중개사 시험 탈락자 강아무개씨 등 117명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강씨 등은 2019년 10월 시행된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의 ‘부동산학개론’ 11번 문제에 정답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응시자 모두에게 정답이 인정되어야 하며, 이 경우 원고들은 합격 기준에 부합하므로 불합격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강씨 등의 이런 문제 제기에 “문제와 정답에 출제오류가 있다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강씨 등은 이에 소송을 냈다.
해당 문항은 “부동산에 관한 수요와 공급의 가격 탄력성에 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을 물었는데, 정답은 ‘①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완전탄력적일 때 수요가 증가할 경우 균형가격은 변하지 않는다’였다. 강씨 등은 다른 선택지를 골라 오답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문항이 “출제오류”에 해당한다며 “모든 응시자가 정답을 맞힌 것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대 교수 등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완전탄력적인 경우 수요가 증가하면 수요곡선이 우측 이동하더라도 균형가격은 변하지 않게 된다. ①번 지문은 맞는 설명”이라는 의견 등을 참고해 문제와 정답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하자가 평균 수준의 수험생에게 정당한 답을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정답 없음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문제에 관해 모든 응시자가 정답 없음으로 처리될 경우 원고들은 합격 기준을 충족하게 되는바, 불합격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