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형준 부산시장의 불법사찰 관여, 이대로 덮여선 안 된다
발행2021-07-07 08:21:33
수정2021-07-07 08:21:33
박형준 부산시장이 과거 청와대 홍보기획관이었던 2009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4대강 관련 사찰 문건을 직접 보고하고 ‘잘 관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는 정황이 나왔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된 ‘국정원 감찰 결과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감찰 결과 보고서는 2017년 구성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시행된 감찰 결과를 담았다.
박 시장의 불법사찰 관여 의혹은 지난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쟁점이 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민간인 사찰 문건의 보고 대상에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이었던 박 시장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보위원장이 열람한 감찰 결과 보고서에선 더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된다. 국정원이 ‘4대강 반대 인사 20명을 선정해 특별 관리하겠다’고 박 시장에게 보고했고, 박 시장은 대통령 보고 이후 차관회의에 참석해 관련 조치를 이행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감찰 결과가 사실이라면 박 시장은 단순히 보고를 받은 걸 넘어 적극적으로 불법 행위를 주동한 게 된다.
국정원이 민간인을 ‘작전 대상’으로 보면서 노동조합 파괴 방안, ‘좌편향’ 방송인 배제, 4대강 반대 인사 동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찰을 벌인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청와대의 주요 인사들은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방관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보고를 듣고 지시하는 등 범죄에 가담했다.
박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은 이를 지시하지도 보고를 받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번에도 언론을 통해 “정체 불명의 문건을 갖고 자꾸 뒤집어 씌우려 한다”며 “(현) 국정원의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의 불법적 정치공작 정황이 드러나자 도리어 이를 자신을 겨눈 정치공작이라며 진흙탕 싸움을 연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공방 차원으로 끝나선 안 된다. 이미 지난 3월 부산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사찰 관여 의혹을 부인하는 박 시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혐의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진실을 드러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국회는 국회대로 관련 진상을 확인하고 국민에게 보고해야 하며, 검찰은 검찰대로 박 시장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범죄에 대해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응당한 처벌이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