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밤(시제 2) 주말을 쉰 제이드와 왕은 월요일 밤에 다시 만났다. 왕이 앉아있는 방으로 들어온 제이드는 반갑게 인사를 했고, 왕도 웃으며 제이드를 맞이했다. 제이드가 활기찬 목소리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저께 제가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지금 제게는 그 지갑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 찾았을 수도 있고 못 찾았을 수도 있잖아. 그래 찾았니?“ “또 속으셨네요. 저는 지갑이 원래 없었어요. 노예잖아요.“ “내가 지갑 하나 사주랴?“ “그래.” 이강산은 실러 제이드가 자유인이 되는 날 자신의 마음을 그에게 전할 것을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고, 제이드는 자유인이 되는 날 왱글랜드로 돌아갈 비행기를 예약하는 자신을 그리며 미소지었다. 제이드는 왕의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 것 같았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강의를 이어나갔다. “저는 며칠 전에 과거 시제는 현재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완료 시제는 그와 달리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다룹니다. 그래서요, 이 네 문장을 보면서 완료 시제 설명을 하려고 해요.” 제이드의 화이트보드 “첫 번째 예는 현재완료 시제입니다. 그 여자는 지갑을 잃어버렸고, 그 결과 현재 지갑이 없다는 것이 그 내용이지요. 두 번째 문장은 과거에 잃어버렸다는 얘기인데, 그 후에 찾았는지 못 찾았는지는 얘기하고 있지 않아요.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관심이 맞추어져 있는 거죠.“ “과거시제는 과거에 일어난 일에 관해 얘기하고, 현재완료는 과거의 일이 현재에 영향을 미침을 얘기하는 것이다?“ “예, 대략 그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폐하께서도 그 차이를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는 여기에서 평생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 네 번째는 그는 여기에서 평생 살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러니까 앞 문장은 산 사람 이야기이고, 뒤의 문장은 죽은 사람의 이야기구나. 전자 생자 후자 사자라.“ “폐하, 거의 시 같았어요. 전자 생자 후자 사자라.“ “내가 시가 좀 되지. 허허. 내가 중학생 때 쓴 시 한 번 들어볼래?” “예, 폐하. 듣고 싶어요.” 트로트의 황제가 언제 밴드를 했던가 헌철과 벌떼들 록의 전설 예전엔 대체 무엇을 했을까 신종현과 엽전들 가요 역사 최고의 가수 탄생하다 조영필과 위대한 탄생 흰 눈이 내리면 내 마음엔 사랑의 슬픔만 이취현과 벗님들 실내에서 검은 안경 끼고 토끼춤을 추는구나 나무와 붐붐 내가 왕자가 아니라면 나도 밴드를 하고 싶어 그 밴드의 이름은 이강산과 울부짖는 땅콩들. 제이드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속으로 말했다. “아이, 귀여워. 왕만 아니면 데리고 살 만한 사람인데. 어머,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제이드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정말 잘 쓰셨어요. 끝이 좀 거시기하지만요.” “거시기하다고? 너도 이제 그 말뜻을 아니?” “오늘 제 옆 방에서 자는 무수리에게 물어봤더니 설명해 주더라고요.” “너도 이제 고려 사람이 다 되었구나.” “왱어로 바꿔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Kangsan Yi and the Crying Peanuts.” 왕이 웃음을 터뜨렸고,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웃었다. 잠시 후 제이드가 강의를 재개했다. “이제 다시 시제 얘기로 돌아가요. 맨 앞에 얘기한 것을 우리는 현재완료의 ‘결과’ 용법이라 부릅니다. 뒤에서 얘기한 것은 ‘계속’ 용법이라고 부르고요. 노트를 보세요. 정리해 드릴게요.” 제이드의 노트 “이해는 할 수 있는데, 네 가지 용법의 차이를 좀 더 분명하게 인지할 방법은 없을까?“ “근본적으로는 읽으면서 파악해야 하고요, 문장 속에서 힌트를 얻을 방법은 있어요. 제가 써 드릴게요.“ 제이드가 화이트보드에 다음의 내용을 썼다. 제이드의 화이트보드 “그런데 왜 결과는 없어?“ “결과는 특별히 잘 결합하는 말들은 없어요. 상황 속에서 파악하면 되고요. 자 이제 연습해 봐요. 1.I have never seen such a thing.“ “나는 그런 것을 본 일이 없다. 음, 경험.“ “Correct. 2. I have lived alone since my wife ran away.“ “나는 마누라가 도망간 이래로 계속 혼자 살아왔다. 계속. 좋은 예 좀 들어라. 그런 칙칙한 거 말고.“ “알았어요. 무슨 예가 좋을까? She has gone out of my life.“ “어디서 많이 들은 말인데. 그 여자는 내 인생으로부터 사라졌다. 결과.” 왕이 갑자기 악을 쓰며 노래했다. “Lady, oh, lady, oh, lady.“ “네가 음악을 듣는 귀는 좀 모자라는구나.” ”죄송합니다. 제 귀가 좀 그래요.“ ”죄송하긴 뭘.“ “왜 완료 문제는 안 내는 거야?“ “하나 남았는데 내면 완료인 게 뻔하잖아요.“ “그렇긴 하지.“ 왕은 물을 조금 마시더니 제이드에게 물었다. “과거완료는 과거보다 더 과거의 일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 얘기가 맞니?“ 제이드는 약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대체로 맞는 얘기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말은 오해의 소지를 지니고 있어요.“ “무슨 얘기인지 자세히 말해 볼래?.“ “간단한 일기를 써 볼게요.“ I got up at eight. Ate breakfast and rushed out. Was late again. Teacher got angry and told me to stay after school. Had to clean the toilet. Arrived at home at 5:20. 왕이 웃으며 말했다. “완전 초딩 일기네. 근데 이 일기는 왜 보여준 거니?“ 제이드가 답했다. “이 일기에는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의 얘기가 나와 있어요. 오후에 비해 오전은 ‘더 과거’죠. 하지만 모든 문장이 과거시제로 쓰여 있어요. 이게 문법적으로 틀렸을까요?“ 왕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틀린 것 같지 않아. 예를 들어 역사를 서술할 때에도 시간 차이가 나는 일들을 계속 얘기할 텐데, 그때 과거완료 시제를 쓰면 꼴이 우습겠지.“ “맞아요. 이렇게 이어지는 일들을 말할 때는 다 과거시제를 쓰면 됩니다. 과거완료 시제는 대개 두 개 이상의 절이 있는 문장에서 절의 내용 간의 시간 차이를 보여 줄 때 쓰여요. 노트를 보세요.“ 제이드의 노트. When I arrived at the station, the train had already left. 부사절 내가 역에 도착했을 때 기차는 이미 출발한 상태였다. I lost the bag which Jade had bought for me. 형용사절 나는 제이드가 내게 사 주었던 가방을 잃어버렸다. He said that he had lost the ticket. 명사절 그는 그가 그 표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2) 명백히 과거를 가리키는 부사어가 있고, 그 시기보다 앞선 시기부터의 일을 얘기할 때도 쓰인다. I had never smoked until that day. 부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