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AP뉴시스 신자들의 헌금을 부동산 투자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이른바 ‘런던 부동산 스캔들’의 핵심 인물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는 교황청 2인자로 불렸던 안젤로 베추(73) 추기경이 포함됐다. 교황청 공보실은 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베추 추기경을 비롯한 영국 고급부동산 투기 파문의 당사자 3명의 공판 기일이 오는 27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2019년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령에 따라 수사가 진행된 지 2년 만에 기소가 이뤄진 것이다. 이들을 포함해 재판에 넘겨진 총 기소 대상은 개인 6명과 기업 4곳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교황청 자금관리와 재무활동을 총괄하는 국무원은 2014년 이탈리아 사업가 라파엘레 민초네가 운영하는 펀드에 2억 유로(약 2687억원)를 투자해 런던 사우스 켄싱턴 지역의 주거 및 상업용 고급부동산 지분 45%를 확보했다. 이후 1억8000만 유로(약 2418억원) 투자손실이 발생했지만 2018년 국무원은 추가 투자를 감행해 문제의 부동산을 완전히 매입했다. 총 투자액은 3억5000만 유로(약 4702억원)로 늘었으며 교황청은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무원에 대한 수사를 명령했다. 교황청의 부동산 투자는 오랫동안 이뤄진 수익 활동이지만, 해당 거래에 전 세계 신자들의 성금으로 조성되는 ‘베드로 성금’이 종잣돈으로 사용됐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부동산 매입 당시 국무원 국무장관이었던 베추 추기경에겐 횡령과 권한남용, 위증교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2018년 베드로 성금 10만 유로(약 1억3400만원)를 친형제가 운영하는 자선단체를 후원하는 데 사용했다는 점이 밝혀져 국무장관 이후 맡은 시성성(순교·증거자의 시복·시성을 담당) 장관에서 경질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자신은 결백하고 음모의 피해자”라며 무고를 주장했다. 국무원의 런던 부동산 투자의 핵심 인사인 민초네와 또 다른 브로커 잔루이지 토르치는 횡령과 사기,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토르치는 고급부동산 거래 과정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그에겐 교황청을 속여 1500만 유로(약 201억5000만원)의 부당 수익을 챙겼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이외에도 교황청 금융감독기구인 금융정보원(FIA) 수장을 지낸 레네 브룰라르트, 베추 추기경과의 유착 의혹을 받는 컨설턴트 체칠리아 마로냐도 기소됐다. ‘추기경의 여인’으로 불린 마로냐는 정보·외교활동 명목으로 베추 추기경한테 베드로 성금 50만 유로(약 6억7000만원)를 받아 일부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