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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올 들어 코스피는 종가 기준 최고치를 열네번 경신하면서 3300선 고지를 밟았다. 꿈의 지수로 불리던 ‘삼천피’(코스피 3000)와 ‘천스닥’(코스닥 1000)에 안착한 지도 오래다. 최근 금리 상승 우려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단기 충격 이후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다만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 지수가 30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면서 코스피의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올 1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줄줄이 갈아치웠던 증권업계의 하반기 실적도 관전 포인트다. 시장을 이끌었던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이 갈수록 사그라들면서 올 초와 비교해 주식 거래대금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어서다. 이에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내다본 하반기 코스피 전망과 핵심 키워드 등을 짚어봤다.
국내 증시가 6월 들어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우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이틀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예상 시기가 당초 2024년에서 2023년으로 앞당겨졌다는 게 사실화됐음에도 코스피는 3300선에 성큼 다가서면서 강보합권 흐름을 이어나가는 분위기다.
하반기 코스피 전망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당분간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최고 3700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각에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우려가 코스피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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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장중 3260선을 가볍게 뚫었던 코스피는 이후 박스권에 갇혀 지루한 횡보 장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4월 말부터 상승을 재개해 5월10일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나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3100~3200을 오갔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된 탓이다.
하지만 5월 말부터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증시는 다시 상승 동력을 얻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됐고 강한 경기 모멘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에 힘입어 한국기업의 수출 호조와 실적 전망 상향이 나타나면서 주가지수는 완만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올 하반기 예상 코스피 등락 범위(밴드)를 3000~3700으로 전망한다. 대체적으로 하반기 빠른 경기 회복과 미 장기채 금리 안정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여력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인플레이션·테이퍼링 이슈가 가시화될 경우 30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하반기 코스피 상단으로 3700을 제시하면서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외 증시가 실적 장세에 들어선 가운데 관건은 경기 상황과 기업 이익의 지속적인 개선 여부”라며 “순차적인 백신 보급과 투자 확대 및 재정 부양책 등에 힘입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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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국내 증시 주도주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상반기에는 가치주가 주목받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이 조기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에는 성장주 대세론에 무게가 실린다. 가치주란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됨으로써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이다. 성장주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의 주식을 말한다. 통상 금리 상승기 등 고금리 국면에선 성장주보다 경기 민감주 등 가치주가 강세를 보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은 가치주 대비 성장주가 큰 성과를 보였고 올 상반기엔 백신 접종이 시작돼 경기회복 기대감이 퍼지면서 가치주 주가가 성장주를 뛰어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미 장기채 금리가 빠르게 안정을 찾고 성장주 이익 전망이 개선되면서 성장주가 다시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회복 기대가 높은 구간에는 경기 민감주 성격의 가치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금리 하락 구간에는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다”라며 “기본적으로 시장에선 이익이 개선되는 업종과 종목이 강세를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 가치주 강세를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상승기엔 가치주가 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며 “산업구조 재편으로 중국발 수혜 시기만큼의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선 가치주와 성장주를 가르는 이분법적 논쟁이 의미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이익전망이 개선될 수 있는 업종과 종목에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란 의견이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종목과 장기 구조적 성장세를 주도하는 혁신 기술주로 나누는 것이 더 의미 있다”라고 평가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가치주·성장주 구분이 아닌 실적주·비(非)실적주를 가리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유망업종으론 반도체·자동차 등을 꼽았다.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융·건설·에너지 업종에 주목할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실적 성장을 주도하는 업종이 시장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며 “반도체·자동차·IT S/W 등 기존 대장주가 대표적이며 지난해의 기저효과와 무관하게 내년에 성장이 진행될 건설·화장품·의류 등도 전술적 대응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회복세가 가장 더뎠던 호텔·항공·레저 등 여행 관련주와 의류·화장품 등 일부 소비재 등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들 업종은 하반기와 내년 실적이 상대적으로 개선돼 이익 모멘텀(전월 대비 이익 증가율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센터장은 “여행 관련주는 국가 간 상관관계가 높아 선진국 집단 면역이 가까워질수록 하반기부터 해당 산업 이익 개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유·화학·철강·건설·기계·조선 업종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2013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3%까지 상승했던 당시 수준에 근접하거나 상회한다”면서 “PBR로 보면 은행 업종(2013년 PBR 고점 0.61배, 현재 0.42배) 투자 매력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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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 등으로 인해 코스피가 30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보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하반기로 갈수록 지수의 주가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까지 미 장기채 금리 안정과 수출 개선에 힘입은 실적 기대로 상승 흐름을 보일 수 있지만 4분기에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우려와 연말 연준 테이퍼링 우려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주요 리스크로 ▲7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부 부채협상 ▲한은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시사 가능성 ▲인플레이션 등을 꼽았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우려는 올 2분기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진정되는 추세지만 만약 내년까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연준이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내증시가 크게 상승한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은 이미 30% 이상 상승하며 글로벌 주요 지수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추가로 13%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주식 시장은 골디락스로 점진적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미 크게 상승한 만큼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단기 투자 관점보다 중장기적 성장 기대가 높은 업종과 종목 중심의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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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 업종이 코스피 시장에서 반도체 다음 가는 지위에 올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산업 지형을 반영한다는 의미가 있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분석해보면 코스피 ‘3위’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이끄는 ‘미래 기업’이 도맡아 왔다는 설명이다.
IT 대장주로 불리는 카카오는 올 초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카카오는 6월에 처음으로 라이벌인 네이버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3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22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시총 70조원을 돌파했고 하루 뒤인 23일 75조원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소비자의 생활양식이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가치가 크게 성장해 하반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이익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성장 모멘텀을 가지고 있고 이들의 시총 3위 경쟁은 한국 IT 분야가 반도체에 이어 국가 성장을 주도하는 주력산업이 됐음을 의미한다”며 “하반기에도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등 유망 IT 기업의 연이은 IPO 등으로 인해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국민주’로 불리던 삼성전자는 연초 최고가를 찍은 뒤 좀처럼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내년 D램 공급 과잉과 세트사업부 영업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삼성전자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목표가를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중장기적으론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은 유효하지만 당장 올해 ‘10만전자’(삼성전자의 주가가 10만원이 되는 것) 달성은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략 변화나 M&A(인수합병)과 같은 새로운 시도가 없다면 (10만전자는)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센터장 역시 “당장 올해는 힘들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달성 가능하다”며 “삼성전자의 향후 12개월 적정주가는 9만6000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