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연합뉴스 2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대치 실적을 내면서 연일 축포를 터트리고 있다. 국내에선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군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63조6716억원, 영업이익이 12조566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매출만 128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매출액으로 10조321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3분기 이후 분기 매출액이 10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두 기업의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들은 정작 울상을 짓고 있다. 좋은 실적에도 되레 떨어지고 있는 주가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1월 9만6000원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현재(2일 종가)는 고점 대비 약 18% 떨어진 7만9300원을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 또한 지난 3월, 15만원 대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해 현재 11만6000원에 머물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시장에는 조만간 실물 경기가 고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는 '경기 고점설'이나 조만간 주식시장이 큰 위기에 빠진다는 '8·9월 주식시장 위기설' 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몇몇 증권사들은 이미 국내 주요 기업의 주가도 하향 조정한 상태다. 전문가들이 올 하반기 주식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상 최대' 실적과 그렇지 못한 주가 미래에셋은 지난달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11만3000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향후 반도체 호황 지속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9만4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내렸다. KB증권, NH투자증권 등 몇몇 증권사는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낮춘 상태다. 특히 '경기 정점설'은 반도체 업종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2분기까지 이어진 기업들의 실적 호황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기저효과란 비교 대상에 따라 현재 상황이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말한다. 즉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2분기까지 악화된 기업 실적과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줄어든 올해 2분기를 비교하면 올해 성장률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3분기부터는 사실상 기저효과가 사라진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2만914곳의 3분기 매출 성장률은 -3.2%로 2020년 2분기(-10.1%) 대비 크게 개선됐다. 특히 제조업과 대기업의 개선이 두드러졌다. 제조업의 매출은 2분기 -12.7%를 기록했는데 3분기 -1.6%를 기록하며 감소 폭을 줄였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3.6%로, 2분기(-11.3%)보다 크게 개선됐다. 올 3분기 실적의 '기준점'인 지난해 3분기 매출이 높아진 만큼, 하반기부터는 기업들의 실적 상승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다. 상반기 기업들의 실적에는 기업의 투자보다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코로나의 여파로 기업 투자는 줄었지만 수요가 크게 늘어 생산 또한 증가했다는 것.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대비 0.7% 성장했는데 이 중 건설투자와 수출은 각각 2.5%, 2.0% 감소했지만, 민간소비와 정부소비가 각각 3.5%, 3.9% 늘면서 국내총생산 증가를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4차 재확산으로 소비 심리는 다시 얼어붙고 있다. 지난 7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월 대비 7.1포인트 하락한 103.2로 나타났다. 올해 초부터 한 번도 꺾인 적 없었던 소비자심리지수가 7개월 만에 처음 내림세를 보였다.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로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97을 기록하며 5개월 만에 하락했다. 이렇듯 각종 수치들이 '경기 정점설'을 뒷받침하고 있다보니 현재가 아닌 미래의 기대를 반영하는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코스피의 영업이익은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감소한다"며 "연간 영업이익 중 상반기 비중은 평균 53%, 하반기 47%"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09년과 2020년 두 개 연도만 위기 극복 과정에서 상반기보다 하반기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면서 "(올해는) 실적 난관에 부딪혀 양적 성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8·9월 주식시장 폭락설, 근거는?
ⓒ 스톡 애널리시스 '경기 정점설'과 더불어 시장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8·9월 주식시장이 급락할 수 있다는 이른 바 '8·9월 위기설'이다. 국내 시장에만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미국에 있는 투자리서치회사인 CFRA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 전략가는 지난 2일 "7월 내내 투자자들은 '여름은 쉬운 달'이라는 노래를 불렀을 것"이라면서도 "불행히도 8월은 투자자들을 실망시키는 달로 유명하다"고 분석했다. 8월과 9월이 전 세계에 악명을 떨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과거를 돌아보면 8월과 9월은 악몽의 달이 된 경우가 꽤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리먼브라더스 사태'나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2015년 중국발 거품 붕괴 등 전 세계 증시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사건들이 모두 8월이나 9월에 발생했다. 미 주식시장의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스톡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1980년부터 지난 2018년까지 S&P500 종목의 월 평균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8, 9월의 수익률은 각각 -0.15%와 -0.7%로 유독 낮았다. 왜 하필 8월과 9월의 수익률이 저조한지와 관련해 명확한 해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추측만 무성하다. 개인 투자자들이 여름이 끝나면서 한 차례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기 때문이라거나, 미국 회계연도는 9월에 끝나기 때문에 여러 투자회사들이 세금 혜택을 보기 위해 손실을 보고 있는 종목을 현금화한다는 주장이 있다. 일각에선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들이 주로 8, 9월에 여름 휴가를 떠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트레이더들이 빠져나간 만큼 거래량이 줄어 시장이 작은 영향에도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8·9월 위기설을 주장하는 이들의 근거는 보다 현실적이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금리인상 가시화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나 유럽중앙은행(ECB)이 8~9월 중 금리인상의 신호탄을 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 연준, 테이퍼링 방침 정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