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푸른

'멀리서 보면 푸른 봄', 청춘의 현실에 좀더 집중했더라면


'멀리서 보면 푸른 봄', 청춘의 현실에 좀더 집중했더라면
▲ '멀리서 보면 푸른 봄' 포스터 ⓒ KBS
 
KBS 2TV 월화드라마 이 아픔을 딛고 한층 성숙해진 청춘들의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 20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려는 주인공들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한동안 평화롭던 남수현(배인혁)과 여준(박지훈)은 청춘을 주제로 하는 팀플 조별과제 발표를 놓고 의견충돌을 벌인다. 급기야 두 사람은 서로의 나이와 불행배틀까지 언급하며 말싸움을 벌이고 다음날까지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수현은 동생 구현을 만나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일기장을 전달받는다. 구현은 "엄마가 형(수현)이 아빠처럼 경찰되고 싶었다고 하더라. 난 몰랐다. 나 하고싶은 거 뒷바라지한다고 알바만 했다는 걸"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구현은 "이제부터 생활비 보내지마라. 아버지 빚도 형이 다 갚았지 않냐"면서 "나도 다 컸다. 형도 형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고 응원한다. 수현은 일기장 속 아버지의 경찰 정복을 입고 찍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감회에 젖는다.
여준은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곧이어 이어진 조별 회의 장면에서 여준은 무언가 결심한 듯 청춘의 빛과 어둠을 모두 다루자고 주장하며 "우리 과제니까 우리 이야기를 담아야한다"면서 망설이는 조원들에게 각자의 경험을 공유할 것을 제안한다. 경제적-심리적 여유가 없어서 힘들었던 수현, 항상 생각과 걱정이 많아서 자신감이 부족했다는 소빈(강민아) 등이 하나둘씩 조심스럽게 각자의 콤플렉스를 고백하는 가운데 여준의 차례가 됐다.
남수현은 "넌 청춘의 암흑을 극구 반대하니까 굳이 말 안 해도 된다"라며 넘기려고 했으나, 의의로 여준은 "아버지 폭력으로 짙은 어둠 속에 살았어요"라고 솔직하게 고백해 조원들을 놀라게 한다. 더이상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직접 마주보며 극복하기 위한 여준의 용기있는 선택이었다.
조원들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조별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성한다. 발표자로 나선 여준은 수현과 그동안 함께 보낸 추억들을 회상한다. 여준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어른들은 종종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인간관계에 시간 뺏기지마라. 헌신하지말라. 나이들면 소용없다 등등, 우리도 앞으로 더 살면 그런 말을 누군가에게 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어서 "그들 역시 청춘 시절에는 사람이 중요해서 서로 사랑하고 상처받다가 잠을 못이루지 않았을까. 우리가 정의한 청춘이란 아무 것도 거칠 것 없이 언젠가 후회하더라도 이 청춘 한가운데서 사랑하고 상처받고 힘껏 사랑하는 것"이라고 선언하며 모두의 박수를 받는다.
팀플 뒷풀이가 끝난후 홍찬기(최정우)가 소빈을 찾아와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찬기는 "고맙다는 말을 한번도 못했다. 네 덕분에 외로울 틈도 없이 따뜻하게 지냈다. 네가 없으니 알겠더라. 네가 깔아준 잔디밭에서 생각없이 뛰놀던 애였다. 앞으로 너없는 나, 진짜 나를 앞으로 찾아보려고 한다"며 작별인사를 건넨다. 소빈은 "찾을 수 있을 거다. 넌 한다면 하는 애니까"라고 격려하며 마지막으로 우정의 포옹을 나눈다. 찬기는 눈물을 감추기 위하여 소빈에게 눈을 감으라고 부탁하고는 뒤돌아서 달려간다.
수현은 왕영란(권은빈)과 만나 서로의 감정을 정리한다. 영란은 "나 이제 포기하려고, 습관이었던 같다. 습관은 고치기 어려우니까 미뤄만 왔다"며 친구로 남는 것을 선택한다. "나같은 놈 끊어내라. 네가 아깝다"며 미안해하는 수현에게, 영란은 "누굴 좋아하는데 도저히 여유가 없는 때가 오면 다음엔 꼭 그 사람 잡아. 타이밍은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진심이 담긴 조언을 건넨다. 한편 찬기와 영란은 학교 체육관에서 만나 러닝을 함께하며 같은 비슷한 아픔에 대하여 공감하는 시간을 가진다.
수현과 여준은 서로의 아픔을 고백하며 못다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한때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고있었던 수현은 비밀일기장을 보고 난 후 "아버지도 내 나이 때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파하며 힘들게 살아왔더라고. 누구보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하고. 사실 나 아버지 같은 경찰이 되고 싶었어"라는 속마음을 고백했다. 청렴한 경찰이었으나 공무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때문에 경찰의 꿈을 버렸다는 수현에게 여준은 "왜 버리나? 형은 형만의 엔딩을 다시 쓰면 되지"라고 격려한다.
여준은 "넌 하고 싶은 게 있어?"란 수현의 질문에 "난 잘 모르겠다. 그동안 힘들면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버티는데 그게 정말 하고 싶은 건 아니었으니까"라며 고민을 드러냈다.
수현은 방학 동안 외삼촌 댁으로 내려가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작별인사를 건넨다.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안보면 멀어질수 있다"고 시무룩해하는 여준에게 수현은 "멀어지면... 내가 가까이 가면 되지"라고 약속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여준은 '이제 나는 진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어른들 덕분에'라고 독백한다.
시간이 흐르고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바쁜 대학생활과 우정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수현은 구인광고를 확인하며 '연애? 여가? 여전히 나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숨은 쉬어진다'라고 독백한다. 수현은 도서관에서 잠에 빠져있는 영란의 곁에 음료수와 메모를 남겨놓는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소빈은 '이력서에 쓸 무엇이 한 줄 더 생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난 지금이 좋다. 더할나위없이"라며 창밖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여학생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준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수현과 소빈을 향하여 환한 미소와 함께 달려가며 '푸를 청에 봄 춘, 멀리서보면 푸른봄, 가까이서 보면 더 푸르고 눈부신 봄, 우리의 진짜 봄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독백한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캠퍼스의 전경과 펀치의 '봄봄봄'이 흘러나오며 드라마는 따뜻하게 막을 내린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은 말그대로 멀리서 보면 마냥 밝고 화려한 것 같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면 전혀 다른 청춘들의 현실적인 삶과 고뇌를 그려내며 '대학생판 미생'으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주로 낭만적인 무대로만 그려지던 대학을 무대로 사랑과 우정에서부터 취업, 빈부격차, 가정불화, 컴플렉스 등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공간으로 묘사한 것이 돋보였다. 저마다의 상처과 불안을 간직한 채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고 변화하며 성장해가는 청춘들의 모습은 세대를 떠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줄거리였다.
배인혁, 강민아, 박지훈, 권은빈 등 출연자 전원이 극중인물들의 연령대와도 일치하는 20대 초반의 풋풋한 배우들이라는 점은 배역과의 싱크로율을 더욱 높였다. 한 작품을 이끌어갈 주연급으로서의 인지도나 흥행성 면에서 검증된 배우들이 부족하다는 불안요소도 있었지만, 배우들은 각자의 매력으로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호평을 자아냈다.
아쉬운 부분은 웹툰 원작을 드라마화하는 과정에서 대중성을 지니차게 의식한 탓인지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와 개인사보다는 수현과 준의 브로맨스, 여성 캐릭터들과의 러브라인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이야기의 정체성이 살짝 변했다는 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 자체까지 무너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웹툰 원작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이 억지스러운 러브라인 없이도 복잡한 사회적 관계속에 놓여진 인간군상들의 다채로운 매력만으로 극을 흥미롭게 이끌어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수현과 준은 각각 가정사로 인한 상처를 안고있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는 이들이 각자의 개인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수 있었는지 과정을 고작 몇마디 대사로만 언급되고 성의없이 급하게 마무리된다. 소빈은 오히려 두 남자 사이에서 에피소드의 중심에 끼지 못하고 갈수록 뭔가 개연성없이 어정쩡하게 겉도는 듯한 캐릭터로 전락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마치 90년대 캠퍼스물로 회귀한 듯 청춘의 아름다움과 낭만성을 예찬하는 작위적인 대사들이 점점 늘어난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다소 부담스럽고 오글거리는 느낌까지 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희생된 것이 바로 수현의 캐릭터였다. 무표정하면서도 다크한 매력이 넘치던 드라마 초반부에 비하여 수현은 후반부로 갈수록 뭔가 '여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개성이 약해지고 부자연스러운 캐릭터로 붕괴됐다.
극중 조별리그 발표에서 수현과 준이 청춘의 명암 중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고 대립했던 것처럼, 실제 드라마 역시 같은 고민 사이에서 방황한 셈이었다. 밝은 이야기를 하고싶은 여준은 "지겹지도 않냐, 우리 많이 힘들었는데 과제까지 우울할 필요있냐"고 주장했지만, 진지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하고싶은 수현은 "그럴수록 현실을 똑바로봐야 한다. 상처 극복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극중에서는 여준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되었지만, 드라마로 봤을 때는 사실은 수현이 이야기한 방향으로 좀 더 집중하는 것이 맞았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에 초점을 맞추려다가 이야기의 균형과 공감대가 오히려 무너진 꼴이 됐다.
차별화된 매력을 잃어버린 은 젊은 배우들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방송내내 1~2%의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며 아쉽게 막을 내렸다. 동시간대 같은 경쟁작이 비슷한 청춘물임에도 재미나 완성도에서 더 호평을 받았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달라진 청춘들의 시대 정서를 반영하지 못하는 캠퍼스물이나 구태의연한 멜로드라마 등이 안방극장에서 크게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의 시행착오를 통하여 다시 한번 확인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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