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펑 부부장, 셔먼 부장관 만나 작심 질타 “중 악마화, 미국내 불만 잠재우려는 것” “중 발전 막으면 ‘팍스 아메리카’ 지속되나?” “미국, 북핵 문제 등 중국 협조·지지 요청” 지난 3월18일(현지시각)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 미국 쪽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맨 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오른쪽 둘째), 중국 쪽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맨 왼쪽)과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왼쪽 둘째)이 참석했다. 앵커리지/AP 연합뉴스 넉달여 만에 재개된 미-중 고위급 접촉이 양쪽의 인식 격차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미-중 관계 냉각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중국 외교부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대미외교 담당인 셰펑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오전 톈진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중-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일각에서 중국을 ‘상상의 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작심한 듯 질타했다. 지난 3월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2+2’ 고위급 회담 때를 떠올리게 하는 공세적인 태도다. 셰 부부장은 “미국에선 중-미 관계와 관련해 ‘진주만’과 ‘스푸트니크’를 언급한다. 이는 중국을 2차대전 당시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한) 일본과, 냉전 당시 (미국에 앞서 최초 인공위성을 발사한) 소련과 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을 ‘상상의 적’으로 규정해 악마화함으로써 미 국내의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미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면 미국이 안고 있는 국내외적 문제가 모두 사라지고,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고, 미국의 패권(팍스 아메리카나)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주장하는 협력과 경쟁, 적대라는 3분법적 중-미 관계 규정은 중국을 봉쇄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허울일 뿐”이라며 “잘못된 마음을 고치고 위험한 정책을 바꿀 것을 미국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매체 는 셰 부부장이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쪽이 기후변화와 이란 핵 문제,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 쪽의 협조와 지지를 요청했다”며 “사실 중국은 이들 문제와 관련해 줄곧 책임있게 건설적 역할을 발휘해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협력은 상호 신뢰에 바탕해, 상호 이익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며 “한편으론 협력을 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이익을 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미국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중 관계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고, 경쟁해야 할 부분은 경쟁하고, 적대적일 수밖에 없을 때는 적대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셔먼 부장관의 이번 방중에선 이 세가지 측면이 모두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 국무부 쪽은 이날 회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