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25~26일 톈진 방문
미 국무부, ”지난 3월 알래스카 회담 연장”
“협력-경쟁-적대 3가지 측면 모두 다룰 것”
몽골을 방문 중인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24일 수도 울란바토르의 라마 불교 사원을 둘러보고 있다. 울란바토르/EPA 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중국 톈진 방문을 앞두고 미-중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지난 3월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양국 고위급 회담 이후 넉달 만에 성사된 이번 고위급 접촉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24일 셔먼 부장관이 방문 중인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전화 브리핑을 열고 “셔먼 부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 셰펑 부부장과 논의를 위해 25~26일 톈진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미국 쪽은 ‘논의’라고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중국 쪽은 왕 부장과의 만남은 ‘면담’으로, 셰 부부장과의 만남은 ‘회담’으로 각각 구분한 바 있다. 셔먼 부장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방문하는 미 최고위급 인사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은 지난 3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의 연장선으로, 셔먼 부장관의 이번 방중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수호와 강화를 역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중국 쪽에선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 부장이, 미국 쪽에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각각 나서 1시간여 동안 날 선 공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고위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은 미-중 관계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고, 경쟁해야 할 부분은 경쟁하고, 적대적일 수밖에 없을 때는 적대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셔먼 부장관의 이번 방문에선 이 세가지 측면이 모두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당국자도 “정중하게 보이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피한다면, 문제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쪽이 공세적으로 회담에 임할 것을 내비친 셈이다.
중국 쪽에선 왕이 부장이 직접 나섰다. 왕 부장은 24일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중국-파키스탄 3차 장관급 전략대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남보다 한 수 위인 국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해서도 안 된다. 중국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늘 힘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려 한다”며 “미국이 지금까지 평등한 자세로 다른 나라와 상대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중국은 국제 사회와 함께 이를 미국에 제대로 가르쳐 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국에 설교하거나, 이래라저래라 말할 자격이 없다”며 “이런 수법은 앵커리지에서도 통하지 않았고, 톈진에선 더욱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