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앙일보]
강원도 태백과 울릉도·백령도 등 일부 섬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 폭염 주의보·경보가 발령 중이다.
독·미 연구팀 '랜싯 지구 보건'에 논문
낮은 습도에선 상한 임계 온도 높아져
온난화 계속 땐 야생동물 멸종 우려도
서울 등지에서는 열대야가 나타나면서 더위에 잠을 설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온열 질환자의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폭염 경보. 기상청 페이지 캡처. 바다 건너 미국·캐나다 서부지역은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보다 하루 전 미국 국립기상청(NWS)이 측정한 공식 기온은 54.4°C를 기록했다.
홍합과 조개류가 입을 벌리고 죽었고, 불가사리도 폐사했다.
열돔에 의한 극심한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에서는 산불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과학자들은 따개비·소라게·갑각류·해삼 등을 통틀면 지난 2주간 폐사한 해양 동물이 10억 마리를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습도 높으면 온도 안 높아도 치명적
부산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12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독일 뮌헨 공과대학과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등 독일·미국 연구팀이 국제 저널 '랜싯 지구 보건(Lancet Planet Health)'에 게재한 '생명체의 온도 상한 임계값'이란 논문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사람과 가축·가금류·어류·농작물 등의 온도 임계값과 관련해 기존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바람직한 온도와 유해한 온도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생명체가 선호하는 온도 범위는 17~24°C"라고 밝혔다.
상대 습도에 따라 사람이 쾌적하게 느끼는 온도대와 가축이나 가금류가 선호하는 온도대는 파란색(시원함)이나 녹색(따뜻함)으로 표시됐다. 그림 (A)에서 검은색 점선은 단일 치명적인 온도 임계값을 나타낸다. 그림(B)에 나타난 점선들은 가축의 종류별 온도 임계값으로 소 돼지보다 토끼(노란색 점선)의 임계값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또 "습도가 높을수록 온도 임계값이 낮아지는데, 습도가 높은 경우 25°C 이상의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면 많은 사람과 동식물에서 열 스트레스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동물의 경우 땀을 흘리거나(사람이나 말처럼), 땀을 흘릴 수 없는 경우는 헐떡임을 통한 증발(개·소·돼지·가금)로 몸에 열이 축적되는 것을 막는다.
습도가 높으면 열 배출이 어려워지고,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열 변형은 습도가 높은 경우 23°C에서, 습도가 낮은 경우 27°C에서 시작된다.
열 스트레스 쌓이면 목숨도 위험
지난달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 밸리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에서 관광객이 화씨 129도(섭씨 54도)의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 디스플레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간 습도인 경우에도 온도가 32°C에 이르면 열 변형이 심하게 일어나고, 36°C에서는 매우 심하게 일어난다.
40°C 이상에서는 극심한 수준의 열 변형을 겪게 된다.
고온에 자주 노출되거나 노출이 지속할 경우 사람은 물론 가축·가금류·어류·농작물이 생리적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 신체적 손상이 발생해 결국 목숨을 잃게 된다.
사람이 열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온 상승과 호흡률 증가, 혈관 확장, 땀 흘림 증가, 근육 경련 등이 나타난다.
가축이나 가금류가 열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장이 감소하고, 생식능력이 저하된다. 젖소의 우유 생산량도 줄어든다.
연구팀은 "습도가 높은 경우 35°C 이상의 온도에서, 습도가 낮은 경우에는 40°C 이상의 온도에서는 짧은 노출이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열 스트레스 예측 지수(PHS)를 계산한 결과, 습도가 100%인 상황에서는 31°C에서 6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고, 습도가 50%인 경우는 42°C에서 6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소·돼지·닭 24℃ 넘으면 열 스트레스
폭염이 지속되면서 가축 폐사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축사에서 살수차량을 이용해 물을 뿌리고 있다. [뉴시스] 기상청에서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폭염 주의보를, 일 최고기온이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폭염 경보를 발령한다.
닭은 24℃에서 열 변형이 시작되고, 30℃ 이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새우는 24℃에서 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33℃ 이상에서는 심한 긴장을 겪게 된다.
연구팀은 열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물을 많이 마시고, 활동을 줄이고, 옷차림도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장기적으로는 지붕 색상 개선과 단열 개선 등 건물의 재설계가 필요가 하고, 실내 공기 조절 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열 스트레스 피해 확대
지난해 8월 광주 북구 운암동 일대에서 북구청의 살수차가 햇볕에 달궈진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현재 전 세계 토지 면적의 12%는 인간이 살아가기 어려운 기후 조건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1세기 말에는 이 비율이 45~70%로 증가할 것이고, 인구의 44~75%가 만성적으로 열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이런 열 스트레스는 가축이나 가금류,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폭염이 자주 발생하면 세계 식량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생 생물에 대한 피해도 우려된다.
지난 2018년 1월 이틀 동안 42°C 이상의 기온이 이어지면서 호주에서는 박쥐 종(Pteropus conspicillatus)의 3분의 1인 2만3000여 마리가 떼죽음 당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 속에서 열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생물 종들은 심각한 영향을 받거나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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