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FTX, 빚투 한도 101배→20배로 줄인다
미국 20대 억만장자가 설립한 FTX
"변동성 키운다" 지적받는 레버리지 제한
CEO "과도한 레버리지, 건전하지 않다"
등록 2021-07-26 오후 1:54:26
수정 2021-07-26 오후 1:54:26
FTX에서 레버리지 투자가 원금의 20배로 제한된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20대 억만장자가 설립한 홍콩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레버리지 허용 한도를 원금의 101배에서 20배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FTX를 설립한 샘 뱅크맨 프라이드(29)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밝혔다.
프라이드는 “과도한 레버리지는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선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레버리지 한도를 20배로 제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레버리지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을 빌려 원금 수백배를 베팅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가령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데 1000만달러를 걸면, 거래소가 가상자산 10만1000달러어치에 베팅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만약 실제 가격이 오르면 막대한 차익을 얻지만, 반대로 가격이 급락하면 손실도 원금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커진다. 이 때문에 레버리지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실제 지난 5월 가상자산 급락장에서 레버리지가 손실 폭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격이 떨어지자 거래소는 투자자들에게 빌려준 가상자산을 갚으라는 ‘마진콜’을 요구했다. 투자자가 이를 갚지 못하면 거래소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가상자산을 팔고, 또다시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다. 개당 7만7000달러를 넘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3만2000달러대로 폭락했다. 가상자산 시장 분석기관 가이코의 클라라 메달리 연구원은 “이런 청산이 가격 폭락의 큰 요인임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뱅크맨 프라이드는 레버리지 축소가 “책임있는 가상자산 거래를 장려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번 결정은 가상자산 업계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중국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도 레버리지를 125배에서 5배로 줄인 바 있다. 후오비에 이어 FTX도 레버리지를 줄인 데 대해 코인데스크는 “가상자산 시세를 예측해 빚을 내 투자하는 마진거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FTX가 레버리지 한도를 줄였다”며 “미 규제당국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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