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연합뉴스 2018년 무역전쟁 개시 이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그런 중에도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는 장면들이 이따금 보인다. 올해 3월 18일(아래 현지시각) 알래스카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원과 만난 데 이어, 이번 7월 26일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톈진(천진)에서 왕이 외교부장 및 셰평 부부장과 만난다. 북한에 대해 유화적 태도를 취한 3년 전부터 미국은 중국 포위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로도 '압박'이 일상적인 국제 뉴스가 됐다. 최근 1개월 동안에도 중국 포위망을 구조적으로 튼튼히 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있었다. 유럽과의 대서양 동맹 강화를 위해 6월 22일부터 유럽 순방에 나선 블링컨 국무장관이 다음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 "독일보다 나은 친구는 없다"며 기분 좋은 립서비스를 해줬다. 미국은 중국 포위망의 구조적 강화를 위해 쿼드(4개국 협의체)의 활동 영역도 확대했다. 중국 포위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장서서 수행하는 인도·호주·일본·미국의 연대 활동을 군사 분야에서 비군사 분야로 넓힐 목적으로 7월 13일 '쿼드 과학기술 각료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인공지능·반도체 같은 첨단기술 부문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구조적 작업과 별개로, 중국 서쪽 변경을 압박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했다.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한편, 위의 화상회의가 있었던 날에는 '신장 지역의 강제노동·인권유린과 관련된 거래행위에서 손을 떼라'고 자국 기업들에게 경고했다. 또 중국공산당 100주년 경축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화민족이 괴롭힘을 당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 7월 1일에는 미국 육군이 일본 육상자위대와 함께 부산 밑의 규슈섬 남쪽 바다에서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중국에서 잔치가 벌어진 날, 미국이 태평양 입구를 막고 무력을 과시했던 것. 얼마 전만 해도 세계인들은 '중국은 때를 기다리며 참고 있다' '경제가 기반을 잡을 때까지는 현상유지를 추구할 것이다' 등의 말을 많이 했었다. 덩샤오핑(등소평)이 언급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봤던 것이다. 중국이 빛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실력을 양성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로는 전혀 다른 이미지가 급격히 구축되고 있다. '전랑(戰狼) 외교'라는 표현도 우리 귀에 자주 포착되고 있다. '싸우는 늑대'로도 번역될 수 있는 이 말은 한국 언론에서는 '늑대전사'로 번역된다. 중국 외교가 얼마나 거칠어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 '전랑'의 등장 제30집에 실린 송승종 대전대 교수의 논문 'COVID-19 펜데믹 이후 미중관계 전망'은 코로나 국면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 전랑으로 불리는 새로운 중국 외교관들 무리의 등장"이라고 짚은 뒤 이렇게 설명한다. "이들의 임무는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성공적 대응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와 함께 미국의 실패를 부각시키는 부정적 메시지를 범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중략) 원조 전랑으로 불리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은 '미국이 우한에 코로나를 가져왔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려 미국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최근 1년간 특히 두드러진 이 같은 '늑대전사' 외교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런민대학(인민대학)에서 유학하고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박민희 논설위원이 지난 6월 여름호에 기고한 '길을 잃은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도광양회로는 더 이상 설명될 수 없는 최근 몇 년간의 특이 사례들을 이렇게 열거한다. "2016년 한국의 주한미군 사드배치 허용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2018년 12월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인 멍완저우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되자, 중국 당국은 캐나다인 2명을 국가안보를 이유로 체포했고 캐나다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2020년 4월 호주가 중국의 초기 코로나 19 발원지에 대해 독립적 조사를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후, 중국은 호주산 농수산물과 광물 등에 줄줄이 수입제한 조치를 취했다." '늑대전사' 외교를 연상케 하는 장면은 중국 당국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태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들은 호주·캐나다처럼 중국 견제에 명확히 참여하는 국가들뿐 아니라 한국처럼 다소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국가들을 상대로도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일례로 한국전쟁과 관련해 미국에 우호적 발언을 한 방탄소년단(BTS)을 상대로 집요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한복·김치·갓도 다 중국 것이라며 역사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웬만하면 다 중국 것이라며 한국인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기를 꺾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엄격한 관리 하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누리꾼들의 역사분쟁 도발은 중국 당국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오리젠 같은 외교부 대변인뿐 아니라 중국 국민 상당수가 '늑대전사 외교'의 면모를 닮아가는 모양새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미국